김천 평화동의 어느 신호등 앞. 길을 건너기 위해 서 있는 맞은편에 보이는 ‘김천 희망학교’라는 작은 표지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움직였다. 59년생 진춘길 여사. 젊은 시절, 배움은 늘 마음 한곳에 자리한 갈증이었지만, 현실은 그 갈증을 번번이 뒤로 미뤄야 했다. 자녀를 키우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 직장까지 다니느라 “공부는 내 것이 아니다”라며 스스로에게 선을 그어야 했던 시절. 그러나 삶은 다시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직 늦지 않았어.”   ‘배우고 싶다’는 오래된 갈망배움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 하지만 생활의 무게는 그녀를 학교와 멀어지게 했다.“자식들 키우고, 먹고사는 게 먼저였죠. 공부는 늘 마음속에서만 꿈처럼 남아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나던 평화동 거리에서 ‘김천 희망학교’ 간판을 보게 된 것이다.“그 간판이 나한테 ‘한 번 해봐’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그 순간,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배움의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공부는 힘들었지만 인생이 달라졌다처음 문해교실에 들어섰을 때 진 여사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금 시작해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배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말 잘했다 싶었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하고 저녁에 공부하려니 몸이 천근만근이었어요.”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노력은 결국 중등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합격하고 나니 욕심이 또 생기더라고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구나, 그런 자신감이요.”하지만 주변의 반응이 마냥 따뜻했던 것은 아니다. “이 나이에 공부한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죠. 그게 참 안타까웠어요.”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고졸’이라는 두 글자, 인생을 바꾸다배움은 그녀의 일상을 새롭게 물들였다. “아직 늦지 않았고, 하면 되는구나. 그런 마음이 생겼어요.”글을 읽고 쓰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도 ‘아,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더 깊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 기관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을 때. “학력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데, ‘고졸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그게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지금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마세요”배움을 망설이는 어르신들에게 그녀는 조심스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세요. 배움은 나를 위해 하는 겁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에요.” 진 여사에게 공부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며, 앞으로의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색이다. “저녁노을처럼, 살아있는 동안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시작이다59년생 진춘길 여사의 도전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하고, 따뜻하고, 깊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공부를?’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몸과 마음으로 증명하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으며, 내 삶을 바꾸는 순간은 언제나 ‘지금’부터라는 것을. 오늘도 ‘김천희망학교’의 작은 교실 한쪽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또 한 줄 배움으로 물들어 간다. 그리고 그 물듦은 더 많은 이들에게 속삭인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최종편집: 2026-06-16 02: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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