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1월의 마지막 주, 전 세계 록 팬들은 다시 한 번 ‘포리너(Foreigner)’의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다. 수년째 히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상을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이른바 ‘영원한 2등 밴드’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1976년 데뷔한 포리너는 특유의 세련된 멜로디와 강렬한 록 사운드로 미국과 유럽 양대 시장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Feels Like the First Time”, “Cold as Ice”, “Double Vision” 등 발표하는 곡마다 차트 정상권을 맴돌았고, 올해 역시 “Urgent”와 “Waiting for a Girl Like You”가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그러나 운명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특히 발라드 넘버 “Waiting for a Girl Like You”는 올해 무려 10주 이상 빌보드 2위를 기록하며 정상을 눈앞에서 놓치는 진기록을 남겼다. 록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고의 곡을 만들었지만, 시대의 파도를 만나지 못한 비운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차트를 지키던 강력한 라이벌들—특히 올겨울을 강타한 팝 발라드 세력—은 포리너를 매번 마지막 순간에 밀어냈다.하지만 ‘2등’이라는 단어가 그들의 음악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리너는 이미 70~80년대 록 사운드를 대표하는 밴드이며, 차트 1위보다 중요한 건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올해 공연장에서 확인되는 포리너의 위상은 그 어떤 정상급 밴드에도 뒤지지 않는다. 관객들은 합창하고 환호하며, ‘2등’이라는 꼬리표를 무색하게 만드는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음악 평론가들 역시 포리너의 음악적 역량을 높게 평가한다. 완벽한 사운드 구성, 단단한 리듬, 루 그램의 폭발적인 보컬은 이미 ‘정상급 밴드’의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정상에 서지 못한 게 아니라, 정상 그 자체가 너무 좁았던 것뿐이다.”1981년 11월 28일, 오늘.우리는 다시 묻는다.‘2등’이라는 이유만으로 포리너에게 드리운 비운은 과연 정당한가?포리너의 음악은 여전히 라디오를 울리고, 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1위를 하지 못한 밴드’라는 역설적인 기록이, 훗날 그들을 더욱 특별한 밴드로 기억하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