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애버딘, 1954년 12월 25일. 성탄절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스코틀랜드 북부 항구 도시 애버딘의 한 병원에서 훗날 팝 음악의 흐름을 바꿔놓을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아직은 아무도 이 신생아가 30여 년 후 전 세계 음악계에 강렬한 충격을 안길 존재가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태어난 애니는 스코틀랜드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범한 궤적을 따르지 않을 운명이었다. 훗날 그녀는 기존 여성 팝스타의 이미지 순종적이고 여성적인 틀을 완전히 뒤엎는 인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애니 레녹스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피아노와 플루트를 배우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고, 이는 훗날 그녀의 독특한 멜로디 감각과 섬세한 표현력의 밑바탕이 된다. 이후 런던으로 건너가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에서 수학하며 음악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그러나 클래식의 틀은 그녀에게 너무 좁았다. 거리의 음악, 대중의 숨결, 그리고 시대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 나서며, 그녀는 팝과 록, 그리고 전자음악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이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소녀는 훗날 데이브 스튜어트와 만나 전설적인 듀오 유리드믹스(Eurythmics)를 결성하게 된다. 애니 레녹스의 중성적인 이미지, 짧은 머리, 강렬한 시선, 그리고 깊고도 차가운 듯한 보컬은 1980년대 MTV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다.〈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Here Comes the Rain Again〉과 같은 곡들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감성과 젠더 감각을 음악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1954년 12월 25일, 조용한 스코틀랜드 도시에서 태어난 한 소녀는 훗날 음악과 이미지, 그리고 여성 아티스트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애니 레녹스는 단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정체성과 자유, 그리고 예술적 용기의 상징이 될 운명이었다.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바로 오늘—크리스마스의 새벽, 애버딘의 작은 병실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