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지례면 교리. 삼선생정려각 정비 현장을 마주한 순간, 기자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수백 년의 시간을 껴안은 채 오늘을 바라보는 하나의 질문이 서 있었다. 낯선 비각, 희미한 글자, 오래된 돌기둥. 그러나 그 속에 새겨진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삼선생정려각(三先生旌閭閣)은 조선 세종대에 국가로부터 정려를 받은 세 명의 선비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정려란 단순한 표창이 아니다. 한 개인의 삶을 공동체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국가 차원의 공식 선언이다. 효와 충절,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곧 국가가 인정한 공적 가치였던 시대의 상징이다.   이곳에 모셔진 세 인물은 모두 지례 일대에서 학문과 덕행으로 이름을 남긴 유학자들이다. 특히 그중 한 인물의 행적은 『조선왕조실록』에까지 기록된 ‘은보감오(殷保感烏)’라는 일화로 전해진다. 스승의 묘 앞에서 삼년상을 치르던 은보에게 까마귀가 향합을 물어다 주었다는 이야기다. 오늘날로 보면 전설처럼 들리지만, 당시 조선 사회는 이를 인간의 정성이 자연과 하늘을 감동시킨 사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국왕은 이 삶을 본보기로 삼아 정려를 내렸다.   특별한 이유는 분명했다. 부모에 대한 효는 흔했지만, 스승에게까지 생을 바쳐 예를 다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혈연을 넘어선 윤리, 개인의 생업보다 공동체적 가치를 앞세운 삶, 그리고 지역사회에 남긴 도덕적 울림.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며 삼선생의 삶은 개인의 미담을 넘어 국가가 보존해야 할 정신적 유산이 되었다.   그래서 삼선생정려각은 단순한 비각이 아니다. 이곳은 조선이 지방에 세운 하나의 ‘도덕 교과서’였다. 아이들에게는 삶의 기준을, 어른들에게는 책임의 무게를, 마을에는 자긍심을, 국가에는 통치 철학을 전하던 공간이었다. 말하자면 돌로 세운 윤리 교본이었다.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2026년의 한국은 핵가족 사회이며, 고령화는 일상이 되었다. 효의 개념은 바뀌었고, 돌봄은 더 이상 가족만의 몫이 아니다. 이런 시대에 “왜 지금 정려각을 다시 세우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하지만 바로 그 질문이야말로 이번 복원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삼선생정려각 정비사업은 단순한 문화재 보수가 아니다. “이 마을은 무엇을 소중히 여겨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지역 스스로에게 던진 과정이었다.이 작업의 중심에는 이명기 김천시의원이 있었다. 지례 출신인 그는 수년 전부터 흩어져 있던 지역의 역사 기록과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비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예산 확보, 행정 절차, 주민 설득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지역의 뿌리를 복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묵묵히 걸음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정비는 단순한 외형 복원이 아니라, 잊혀가던 지역의 기억을 다시 현재로 불러낸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창고처럼 방치되다시피 했던 정려각은 정비를 통해 역사 교육과 마을 정체성을 함께 품은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말 그대로 ‘창살에 갇혀 있던 시간’을 밖으로 꺼내 놓은 것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게 그냥 돌 몇 개 세운 게 아니더라.”“우리가 어떤 동네에서 살아왔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지역의 자존감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의미는 더욱 크다.이명기 김천시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박물관에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꺼내 읽어야 할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삼선생정려각을 정비한 것은 과거를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고장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사람답게 사는 길’을 전해주기 위함이었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공자는 말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옛것을 되새겨 오늘의 답을 찾으라는 뜻이다.삼선생정려각의 복원은 바로 그 말의 현대적 실천이다. 시묘살이라는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자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자기 일처럼 책임지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자는 메시지다.이제 지례면 교리의 삼선생정려각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가 효와 돌봄, 공동체의 의미를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지를 묻는 하나의 질문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다시 꺼내 세상 앞에 놓은 사람, 이명기 시의원의 고향을 향한 진심 어린 발걸음은 지역민들 사이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기념하기 위해 역사를 복원하지 않는다.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묻기 위해 역사를 다시 불러낸다. 삼선생정려각이 600년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종편집: 2026-06-16 00: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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