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2월 2일. 영국 음악 신(Scene)은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는다. 버밍엄에서 결성된 신예 밴드 듀란 듀란(Duran Duran)이 데뷔 싱글 ‘Planet Earth’를 세상에 내놓은 날이다. 당시만 해도 이 다섯 명의 청년들이 이후 전 세계 팝 시장의 미학과 소비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1970년대 말, 펑크의 격렬한 저항이 잦아들고 포스트 펑크와 신스 사운드가 고개를 들던 영국.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분노만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련됨, 스타일, 그리고 미래적 감각을 갈망하고 있었다. 듀란 듀란은 바로 그 공백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듀란 듀란은 음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밴드였다. 리드보컬 사이먼 르 본의 날카롭고 관능적인 이미지, 존 테일러를 비롯한 멤버들의 패션 감각은 기존 록 밴드의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훗날 ‘원조 얼짱 그룹’이라 불리게 되는 이유다.데뷔 싱글 ‘Planet Earth’는 단순한 팝송이 아니었다.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는 미래 도시의 차가운 감각을 품었고, 디스코와 펑크, 뉴웨이브가 절묘하게 결합된 리듬은 클럽과 라디오를 동시에 겨냥했다. 이 곡은 영국 차트 상위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흐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충분했다.듀란 듀란은 런던의 클럽 ‘블리츠(Blitz)’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뉴로맨틱(New Romantic)문화의 중심에 섰다. 화려한 메이크업, 과장된 실루엣, 예술과 패션의 결합. 그들은 무대 위 뮤지션이자, 잡지 화보 속 모델이었고, 곧 MTV 시대가 요구할 완벽한 아이콘이었다.이는 곧 음악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전환. 듀란 듀란은 이를 가장 빠르고 세련되게 체화한 밴드였다. 훗날 MTV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며 듀란 듀란이 ‘MTV의 황제’로 불리게 되는 배경은 이미 이 데뷔 싱글 시절에 준비되고 있었다.1981년 2월 2일 발매된 ‘Planet Earth’는 상업적 대성공보다 문화적 예언에 가까웠다. 이후 ‘Girls on Film’, ‘Hungry Like the Wolf’, ‘Rio’로 이어지는 세계적 성공의 씨앗은 이미 이 첫 싱글 안에 담겨 있었다.듀란 듀란은 증명했다. 팝 음악은 더 이상 소리만의 예술이 아니며, 이미지와 태도, 시대정신을 함께 담아낼 때 비로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영국의 한 레코드숍에서 조용히 진열된 작은 싱글 한 장은 그렇게 1980년대 팝의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