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2월 4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다우니의 한 병원. 세상을 위로하던 목소리 하나가 조용히 멈췄다.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보컬이자 드러머였던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 향년 32세. 사인은 거식증으로 인한 심부전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팝 스타의 요절이 아니었다. 이는 화려한 대중음악 산업 이면에 감춰져 있던 외모 강박과 정신질환의 실체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1970년대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카렌 카펜터는 보기 드문 존재였다. 낮고 따뜻한 알토(alto) 음색, 군더더기 없는 발성, 그리고 무엇보다 꾸밈없는 진정성. 〈Close To You〉, 〈We`ve Only Just Begun〉, 〈Rainy Days and Mondays〉 같은 노래들은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상처 입은 미국 사회에 부드러운 위로가 되었다.그러나 무대 위의 고요한 미소 뒤에서 카렌은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당하고 있었다. TV 화면과 잡지 사진 속에서 그녀의 몸은 언제나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됐고, “조금만 더 날씬했으면”이라는 말은 어느새 산업의 공식처럼 반복됐다.1970년대는 아직 ‘섭식장애’라는 개념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카렌의 체중 감소는 ‘자기 관리’ 혹은 ‘이미지 메이킹’ 정도로 치부됐고, 그 위험성은 누구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카렌 카펜터의 거식증은 단순한 다이어트 실패가 아니었다. 완벽한 사운드를 요구한 레코드사, 형이자 프로듀서였던 리처드 카펜터와의 관계, 그리고 ‘깨끗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던 스타 시스템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보다 몸을 먼저 관리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갔다.체중은 급격히 줄었고, 심장은 점점 약해졌다. 1982년, 치료를 위해 체중을 일부 회복했지만 이미 몸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장기간의 영양 결핍은 심장 근육을 손상시켰고, 결국 그날 아침, 그녀의 심장은 조용히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