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은 늘 끝과 시작이 겹치는 자리다. 그러나 2월 7일, 김천희망학교 제2회 졸업식의 무대는 조금 달랐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친 이날, 김천시 혁신지구 내 김천중앙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는 단순한 학업의 마침표를 넘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들을 위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는 서명환 김천희망학교 교장을 비롯해 박선하·최병근·조용진 도의원, 배형태·박복순 시의원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졸업생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귀빈과 내빈들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행사는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형식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이날 졸업식은,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응원과 격려가 중심이 됐다. 축하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하나가 졸업생들에게는 또 다른 용기가 되어 조용히 전달됐다.   나이가 들어 배우지 못했던 지난 세월의 서러움, 생계를 이유로 책을 내려놓아야 했던 기억, ‘이제 와서 무슨 공부냐’는 시선을 견뎌야 했던 시간들. 졸업생 어르신들은 그 모든 마음의 벽을 넘어 이 자리에 섰다. 배움에 대한 갈증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이었다.   낯선 교실과 익숙하지 않은 글자, 반복해서 되묻는 자신에 대한 자책 속에서도 졸업생들은 매번 다시 연필을 들었다. 그 여정은 성취라기보다 삶의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김천희망학교는 경상북도교육청 중학·초등학력인정 과정으로 운영되는 배움의 공간이다. 학업의 시계를 잠시 멈췄던 이들이 다시 시간을 움직이기 시작한 곳이다. 이날 초등과정 8명, 중학과정 11명, 총 19명의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 수여는 서명환 교장이 직접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름이 불리고 앞으로 나오는 짧은 동선은 누군가에겐 인생에서 가장 긴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어진 박수는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잘 해냈다”라는 사회의 응답처럼 울려 퍼졌다.   이날 졸업식을 관통한 문장은 행사 중 상영된 영상의 제목이기도 한 “함께해서 행복합니다”였다.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성취보다 감사와 안도가 먼저 묻어났다. 학교라는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었던 기회, 배움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던 용기, 그리고 그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멀리 서울에서 내려온 서울 대동국제라이온스354 13지역 협회를 비롯한 지역 단체들의 후원, 교육청과 지역 인사들의 격려, 그리고 묵묵히 교실을 지켜온 교사들의 헌신도 이날 여러 차례 언급됐다. 냉난방기 설치와 교실 환경 개선, 학습 기자재 지원 등은 김천희망학교가 결코 혼자 서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재학생 대표의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는 짧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여기까지 오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배움이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임을 증명했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는 단체사진과 가족사진, 선생님과의 사진이 차례로 이어졌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표정에는 부끄러움 대신 당당함이 담겨 있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보다는 “나는 이미 충분히 해냈다”라는 얼굴에 가까웠다.   이날 참석한 도·시의원들은 졸업을 단순한 학업의 마무리가 아닌 인간의 의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했다. 이들은 “오늘의 졸업은 인간 승리에 가까운 노력의 선물”이라며, 쉽지 않았을 도전을 끝내 완주한 졸업생들의 여정에 깊은 존경을 표했다. 특히 배움 앞에서 스스로를 다시 세운 어르신들의 모습에 대해 “보는 이들 모두가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라며, 삶으로 배움을 증명한 졸업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명환 김천희망학교 교장은 졸업생들을 향해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 학교를 가장 크게 성장시켜 준 분들은 바로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이라며,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이 아닌 삶으로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마음이 쉽지 않은 날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매주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졸업생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오늘 졸업장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 삶으로 배움을 증명한 분들”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큰 박수로 졸업생들을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실제로 일부 졸업생들은 방송통신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해 배움의 길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 교장은 “김천희망학교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학교”라며, 오늘이 가장 늦은 출발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전환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천희망학교 제2회 졸업식은 조용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배움에는 늦음이 없고, 교육은 결과보다 과정이며, 학교는 성적보다 사람을 기억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을 향한 일념 하나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오늘의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어르신 졸업생들이 보여준 걸음 하나하나는 깊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배움에 대한 의지는 나이를 가리지 않았고, 그 간절함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묻고 있었다.이제 응답할 차례는 개인이 아니라 공공의 몫이다. 경상북도와 김천시, 그리고 도의회·시의회가 함께 나서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다.   위험한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배움이 아니라, 문턱 낮은 교실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르신 학습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례 제정과 함께, 비어 있는 공공건물이나 활용되지 않는 교실을 배움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작은 공간 하나, 안전한 손잡이 하나가 어르신들에게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용기에, 이제 지역사회와 지방의회가 따뜻한 책임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감동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는 길이다.    
최종편집: 2026-06-15 23: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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