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월 17일 밤, 서울의 공연장은 환호와 열광, 그리고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뀌었다. 당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뉴키즈온더블록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은 시작 전부터 이미 예고된 혼란 속에 있었다.
공연 당일 현장에는 수용 인원을 훨씬 넘는 인파가 몰렸다. 입장을 기다리던 수천 명의 팬들은 문이 열리는 순간 한꺼번에 밀려들었고, 질서 유지 인력은 인파를 감당하지 못했다.
앞줄로 진입하려는 팬들의 압력이 뒤쪽까지 전달되면서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일부 관객은 바닥에 쓰러진 채 사람들에게 밟히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과 안전요원들이 긴급 투입됐지만, 공연 시작 전 이미 수십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뉴키즈온더블록은 전 세계 10대 문화를 뒤흔든 초대형 스타였다. 한국에서도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음반과 입소문만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공연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그러나 급격히 커진 팬덤 규모에 비해 공연 안전 시스템은 미비했다. 좌석 지정과 동선 관리, 인파 분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공연은 결국 “열광이 부른 사고”라는 씁쓸한 평가를 남겼다.사고 이후에도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프로답게 공연을 이어갔지만, 공연장 밖에서는 구급차 사이렌이 울렸고 보호자를 찾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한국 대중음악 공연 문화의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사건”이라 평가했다. 이후 대형 공연에서 좌석 통제, 경호 인력 배치, 입장 분산 운영 등이 제도화되는 계기가 됐다.이 사건은 단순한 공연 사고가 아니었다. 해외 팝스타 공연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던 시점, 한국 공연 산업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열광은 한 시대의 문화 에너지였지만, 1992년 2월 17일은 그 열광이 안전이라는 이름 앞에서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날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