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일 화요일, 김천 직지천 둔치가 정월대보름을 맞아 시민들의 발길로 가득 찼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강변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고, 차가운 강바람 사이로 울려 퍼진 풍물 가락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신호가 되었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배낙호 김천시장과 나영민 김천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이기양 김천문화원장, 최한동 김천시체육회장, 여영각 자유청연맹 지회장 등 지역 주요 인사와 각 단체장,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자리해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했다. 지역 가수들의 식전 공연은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며 축제의 문을 활짝 열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은 풍물놀이였다. 흰 장삼에 붉은 띠를 두른 풍물패가 상모를 힘차게 돌리며 직지천 둔치를 하나의 거대한 마당으로 바꾸어 놓았다. 꽹과리와 장구, 북과 징이 어우러진 전통 가락은 관람객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고,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우리 가락의 생동감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된 본행사에서는 김천시립국악단의 웅장한 대북 공연이 울려 퍼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어 양금동과 대곡동이 함께한 시민 화합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세대를 초월한 응원과 환호 속에서 펼쳐진 접전 끝에 대곡동이 우승을 차지해 상금 100만 원의 기쁨을 안았다. 승패를 떠나 함께 줄을 잡고 힘을 모은 시민들의 모습은 공동체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강강수월래와 지신밟기 등 전통 세시풍속을 재현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알록달록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특히 올해는 병오년(말의 해)을 맞아 말띠 시민들이 참여하는 강강수월래와 달집 점화식이 특별 순서로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해가 저물 무렵, 행사의 절정인 달집 점화식이 진행됐다. 주요 인사들이 횃불을 들고 달집 앞으로 나아가 점화 의식을 거행했다. 횃불의 불씨가 하나로 모여 거대한 달집에 옮겨붙는 순간, 어둠을 가르며 치솟은 불길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시민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각자의 소망을 되새겼다. 가정의 평안과 자녀의 건강,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이 소원지에 담겨 불꽃과 함께 하늘로 올랐다.
정월대보름은 설 이후 처음 맞는 보름달이 뜨는 날로,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액운을 쫓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다. 부럼을 깨물며 부스럼을 막고, 오곡밥을 나누며 풍요를 기원하던 조상의 지혜가 이날 직지천에서 생생히 재현됐다. 전통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때 비로소 현재의 문화로 살아 숨 쉰다.
둥근 달이 떠오르지를 않아 조금은 아쉬운 밤, 시민들의 마음도 하나로 이어졌다. 이날 울려 퍼진 풍물 소리와 함성, 그리고 활활 타오른 달집의 불꽃은 단순한 축제의 장면을 넘어 공동체의 결속과 희망을 상징했다.
정월대보름의 불꽃처럼, 김천의 새로운 한 해도 힘차게 타오를 것으로 시민들은 소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