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댐 물결이 잔잔히 흐르는 계절, 경북 김천의 한켠에 자리한 삼산이수 갤러리에서는 지금, 시와 사진이 서로의 숨결을 닮아가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정영화 작가의 개인 시사진전 「순간이 그린 詩想」은 말 그대로 ‘순간’이 ‘사유’로 확장되는 예술의 여정이다.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자연이다. 눈 덮인 산맥의 고요함, 황금빛 들판의 따스함, 그리고 덩굴 아래 오래된 초가의 정취까지—사진 속 풍경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간의 결을 품은 기억으로 다가온다. 그 위에 얹힌 시어들은 마치 오래된 일기처럼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고향생각’이라는 작품에서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 서정적으로 되살아난다. 초가 처마 끝에 매달린 호박, 저녁 햇살에 길어진 그림자, 그리고 가족의 온기. 사진은 말없이 보여주고, 시는 그 안에 숨은 감정을 끌어올린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힘, 그것이 이 작품의 깊이다. 또 다른 작품 ‘지산리 생각에서’는 낙동강 변의 풍경을 담아내며,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지는 삶의 단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계절의 흐름과 함께 스며드는 쓸쓸함과 여백의 미학이 사진과 시 사이를 잇는다. 이곳에서는 풍경이 곧 시가 되고, 시가 다시 풍경이 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도, 시화전도 아니다. 사진이 시를 설명하지 않고, 시가 사진을 꾸미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비추며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관람객은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정영화 작가는 오랜 시간 시와 삶을 함께 걸어온 이답게, 자연과 인간, 기억과 현재를 한 호흡으로 엮어낸다. 그의 작품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소박한 감성으로 오래 남는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오는 5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 계절, 부항댐의 풍경과 함께 30여점의 시와 사진이 건네는 잔잔한 울림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종편집: 2026-06-15 2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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