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4월 5일, 미국 아테네의 한적한 밤. 대학가의 작은 공연장은 여느 때처럼 소박한 조명 아래 지역 밴드들의 음악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 오른 한 신예 밴드는, 훗날 전 세계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꾸게 될 이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다. 그들의 이름은 R.E.M..   이날 공연은 단순한 데뷔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1980년대 미국 음악계의 지형을 서서히 뒤흔들 ‘대안(Alternative)’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주류 음악은 화려한 프로덕션과 상업적 사운드가 중심이었지만, R.E.M.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거칠고 투박한 기타 사운드, अस्पष्ट하면서도 시적인 보컬, 그리고 직관적이기보다 해석을 요구하는 가사. 이 모든 요소는 낯설었지만 묘하게 강렬했다. 보컬의 마이클 스타이프는 무대 위에서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마치 속삭이듯 노래를 이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명확히 들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기타리스트 피터 벅의 징글거리는 리프는 이후 ‘R.E.M. 사운드’로 불리며 수많은 밴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관객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수의 청중은 새로운 음악의 탄생을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신(scene)에서조차 이들의 음악은 쉽게 정의되지 않았다. 포스트펑크도, 전통 록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새로운 흐름이었다. 이들의 여정은 곧 이어진다. 1983년 발표된 데뷔 앨범 *Murmur*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훗날 너바나, 라디오헤드 등으로 이어지는 얼터너티브 록의 계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남긴다. 1980년 4월 5일의 그 밤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형 무대도, 거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었다. 그러나 음악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네 명의 젊은이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시대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균열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된다.    
최종편집: 2026-06-15 2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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