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오래전부터 ‘여왕의 계절’이라 불렸다.꽃은 만개하고 산은 푸르름을 더하며, 사람의 마음 또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품게 되는 시간이다.
지난 17일, 사계절올레길 산악회 회원들은 지리산 자락 깊숙이 자리한 경남 하동 삼성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날의 봄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심상치 않던 태양은 오전 10시를 넘어서자 뜨거운 열기를 쏟아냈고,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는 회원들의 걸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궁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어느새 더위를 잊고 있었다. 겹겹이 이어진 돌담과 수천 개의 석축, 그리고 오랜 세월을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성곽 같은 공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또 하나의 정신 세계로 다가왔다.
회원들은 천천히 돌계단을 밟으며 삼성궁 곳곳을 걸었다. 손으로 다듬은 돌 하나에도 시간의 결이 남아 있었고, 바람조차 조용히 흐르는 그 공간에는 인간의 욕심보다 자연과 수행의 숨결이 먼저 머물고 있었다.
삼성궁 안내문에 적혀 있듯, 이곳은 단군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정신과 홍익인간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오래된 철학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지리산 깊은 산세와 돌담 사이에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또 다른 전각인 궁을전에는 삼성궁을 세운 궁을선인의 정신세계와 수행의 흔적들이 기록처럼 남아 있었다.초근목피로 이어온 수행의 시간,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인간 본연의 삶을 찾고자 했던 흔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성찰과 함께,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마음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회원들은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돌탑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고, 또 누군가는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서 지리산의 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삼성궁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그 느림 속에서 사람들은 잊고 지냈던 마음의 결을 다시 만났다. 금빛 햇살 아래 반짝이는 돌담과 오래된 한옥 처마, 그리고 묵직한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선인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오래된 서사시 같았다.
사계절올레길 산악회의 이번 여정은 단순한 트레킹이 아니었다.그것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서로 맞닿는 깊은 순례의 시간이었다.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회원들의 얼굴에는 묘한 평온이 머물러 있었다.
아마도 그날 삼성궁에서 각자가 품고 돌아온 것은 풍경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 속에서 잠시 쉬어간 자신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사계절올레길 산악회는 길 위에서 시간을 배우고 자연 속에서 삶의 깊이를 더하며, 단순한 여행을 넘어 마음의 품격과 삶의 가치를 함께 완성해가는 품격 있는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