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남주
사천의 신수도를 향해 뱃길 따라 파도를 가르고 가다보면,
어느새 사방을 에워싼 섬들이 물안개를 두르고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마치 오래된 산수화 한 폭,
붓끝에서 피어난 풍경이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바람 한 자락이 살며시 어깨를 스치고 간다.작고 조마조마한 쉼터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의 목마름을 채워주길 바라고 있는 듯하다.
한낮의 강렬한 햇살을 등지고, 그늘 아래 숨죽인 채…
말없이 따뜻한 품이 되어준다.
한쪽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그네 하나, 바람결에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다.그곳엔 웃음소리도, 그림자도 없다.그래서일까.잠시 그 그네에 몸을 맡겨보니,
쓸쓸함과 함께 내 마음의 빈자리마저 살며시 드러나는 듯하다.아무도 없는 그 공간을, 나 홀로 조용히 채워본다.마치 그 순간만큼은 섬이 나를 위한 무대가 된 것처럼.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조각배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바다와 이미 하나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하지만 분명한 건, 그 조각배가 푸른 바다 위에 고요히 자리하며자연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하늘, 바다, 그리고 배…말없이 어우러진 풍경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전망대.
멀리서 들려오는 여객선의 뱃고동 소리가 이 여정을 마무리 짓는다.배는 굵고 묵직한 파장을 남기며, 하얀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간다.그 소리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두드린다.어딘가로 떠나고 있는 건지, 돌아오고 있는 건지 모를 그 뱃길 위에서,나는 문득 내 삶의 항로를 떠올려본다.
때론 정박하고, 때론 미끄러지듯 나아가며,바다 같은 시간 속을 지나고 있는 나.이 섬들과 함께, 이 여름과 함께, 오늘의 나도한 장의 수채화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