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8월 31일, 한국 대중음악계는 한 편의 전설을 다시금 소환하고 있었다. 그날, 록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쓴 곡, 스틸하트(Steelheart)의 “She’s Gone”이 한국 가요 팬들의 입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이미 1990년 발매된 동명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지만, 한국에서의 뒤늦은 열풍은 1990년대 후반, 특히 IMF 경제위기 시절과 맞물려 더욱 강렬한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하드 록 밴드 스틸하트는 1989년 보컬리스트 밀젠코 마티예비치(Miljenko Matijevic)를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그러나 한국 팬들에게 스틸하트는 곧 ‘She’s Gone’의 목소리로 기억됐다. 6옥타브에 달하는 초고음, 절규하듯 터져 나오는 하이라이트, 서정적 멜로디와 폭발적 에너지가 교차하는 이 곡은, 한국 록 발라드의 미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특히 1998년,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과 노래방, 락 카페를 중심으로 ‘She’s Gone’은 ‘남성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이 노래를 따라 부르려 했고,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일종의 실력 시험처럼 여겨졌다. 한편으로 이 곡은 90년대 후반 한국 록·메탈 열풍을 이끈 촉매제 역할도 했다. 시나위, 부활, 김경호, 임재범 등 국내 록 보컬리스트들이 ‘She’s Gone’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고백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그 열광의 이면에는 스틸하트의 비극적 전환점도 숨어 있었다. 1992년 10월, 밴드 공연 도중 스피커 타워가 무너지는 사고로 보컬 밀젠코가 중상을 입었고, 이 사건은 스틸하트의 전성기를 짧게 끝내버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밴드의 몰락과 함께 ‘She’s Gone’은 한국에서 더 큰 전설로 남게 됐다.1998년 8월 31일, 그날의 공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MTV 코리아와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나오던 고음의 절규는 90년대 한국인의 청춘과 감정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IMF로 힘들었던 시기, 누군가는 이 곡에서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는 그 폭발적 에너지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오늘날에도 ‘She’s Gone’은 노래방 최고 난이도 곡으로, 그리고 90년대 음악 감성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이 명곡은, 단순한 발라드를 넘어 한 세대의 열정과 고통, 그리고 청춘의 상징으로 영원히 기록되고 있다.“She’s gone… out of my life…”그 절규는 1998년의 공기를 가르고, 2025년 오늘까지도 한국인의 심장 속에서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