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4일,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은 팝 문화의 경계를 시험하는 전율로 뒤덮였다. 바로 미국 록계의 악동이자 시대의 반항 아이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이 처음이자 유일하게 한국 무대에 올랐던 날이다.
그의 내한공연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공연 확정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종교단체와 보수 시민단체는 “퇴폐적이고 반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공연 취소 요구와 허가 논란이 잇따르며 주최 측은 여러 차례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팬들의 열망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해지며, 결국 공연은 예정대로 성사되었다.공연 당일, 검은 의상과 자극적인 메이크업으로 등장한 맨슨은 ‘The Dope Show’, ‘Disposable Teens’, ‘Beautiful People’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괴기와 예술, 충격과 해방이 교차하는 그의 퍼포먼스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면서도 묘한 해방감을 안겼다. 거칠고 강렬한 사운드 속에서도 그는 특유의 연극적 연출로 음악을 넘어선 하나의 예술 행위를 보여주었다.논란은 공연 이후에도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퇴폐적 쇼’라고 비판했지만, 젊은 세대와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록 공연의 진수를 본 역사적인 무대”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마릴린 맨슨의 내한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공연예술의 표현 자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그날의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눌린 감정의 폭발이자, 문화적 충돌 속에서 피어난 자유의 선언이었다.
2003년 10월 4일, 마릴린 맨슨은 한국의 밤을 ‘충격’으로 물들였고,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