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0월 12일 새벽, 뉴욕 첼시호텔 100호실에서 한 젊은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다. 그녀는 낸시 스펀전(Nancy Spungen), 그리고 침대 옆에는 멍한 눈으로 담배를 물고 앉은 남자,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Sid Vicious)가 있었다.
펑크록의 아이콘이자 시대의 반항아였던 시드. 그러나 그날 이후 그는 단 한순간에 ‘살인 용의자’로 추락했다. 경찰에 체포된 시드는 “낸시를 사랑했다”고 반복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칼에는 그의 지문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의 방은 마약, 피,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고, 그들의 사랑은 이미 파멸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그들의 관계는 펑크의 혼돈 그 자체였다. 무대 밖에서도 폭력과 약물, 극단적 집착이 뒤섞인 ‘공존 불가능한 사랑’. 낸시가 죽은 뒤 시드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듬해 2월, 그는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했다. 낸시의 묘 곁에 뿌려진 그의 재는 마치 마지막 유언처럼 그들의 비극적 결합을 완성시켰다.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드가 낸시를 죽였는가, 아니면 그 혼돈의 밤이 만든 또 하나의 비극이었는가. 다만 분명한 것은 — 그들의 사랑은 펑크록만큼이나 거칠고, 순수하며, 위험하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시드 비셔스, 세상에 남긴 마지막 펑크의 유언."Better to burn out than fade away." 의역 하자면 "점점 희미해져 잊히느니, 짧더라도 강렬하게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