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0월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은 그야말로 ‘영국의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영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던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해외 팝스타의 내한공연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한국 팬들의 열광은 폭발적이었다.
공항에는 수 백명의 젊은이들이 몰려 “클리프! 클리프!”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중 대부분은 10대 여학생들이었고, 손에는 손수 만든 플래카드와 영문 이름이 적힌 하트를 들고 있었다. 그는 특유의 미소로 손을 흔들며 “Hello Korea!”를 외쳤고, 그 짧은 인사 한마디에 소녀 팬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장충체육관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위의 리차드는 ‘Living Doll’, ‘Congratulations’, ‘The Young Ones’ 등 히트곡을 연이어 선보였다. 당시 국내에는 방송 규제와 검열로 인해 서양 음악이 자유롭게 들리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누구도 그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관객석에서는 “앵콜!”을 외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공연 내내 체육관은 함성과 눈물, 그리고 박수로 가득했다.공연 후 신문들은 “서구 팝의 열풍이 서울을 강타하다”, “클리프 리차드, 한국 팬의 마음을 훔치다”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특히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청춘의 감성을 흔든 밤”,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됐다”라고 평가하며 이번 공연이 단순한 쇼가 아닌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클리프 리차드의 내한공연은 이후 수많은 해외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는 계기가 되었고, 국내 젊은 세대들에게 팝 음악의 세계를 열어준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그날의 함성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한국 팝문화의 첫사랑처럼 여전히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