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 대한민국은 흔들리고 있었다. 거리의 함성 뒤편에는 고단한 서민들의 삶이 있었고, 겨울이 다가오면 골목마다 포장마차의 불빛이 서성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데워주곤 했다.     그 시절, 동네 구석마다 옷 수선집이 하나쯤은 있었다. 옷 한 벌 사 입기 어려운 시절, 사람들은 해어진 옷을 고쳐 입으며 오늘을 견뎠다. 필자 역시 수선집에 옷을 맡기고 찾지 못한 기억이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잊고 말았던 옷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옷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을 미뤄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풍요의 시대가 되었지만, 수선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사람들은 옷 대신 마음을 수선하고, 기억을 꿰매고,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3일 김천에서 열린 공연 ‘인생골목에서 예술 수선집을 만나다’는 그 옛날의 감성을 되살리며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을 안겼다.   경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공동체 도시락(대표 조명숙)이 주관한 공연이 `창작공간 달나라복덕방(장지숙 대표)`에서 열렸다. ‘인생 짜깁기 중입니다’라는 주제 아래 다섯 명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풀어낸 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관객들을 한순간 그 시절 골목길로 데려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오래된 라디오의 음악,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던 사람들의 숨결이 무대 위에 되살아났다.   이어진 시 낭송 ‘내 삶의 한 줄’에서는 각자의 삶에서 도려낸 고백 같은 시가 성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가을밤 오로라처럼 빛나던 그 순간, 관객들은 자신만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 무대 ‘마음이 그린 악보’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객석은 이미 깊은 여운에 잠겨 있었다. 공연은 그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지만, 관객들의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수선이 진행 중이었다.   삶은 늘 해어지고, 우리는 그 틈을 메우며 살아간다. 예술은 그 수선의 손끝에서 피어난다.김천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삶을 꿰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엮어낸 한 편의 수선집이었다.   결국, 인생은 고쳐 입는 옷처럼 다시 살아보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 위에 피어나는 작은 예술이, 오늘 우리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한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한 벌의 옷에 비유하곤 한다.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옷은 새것처럼 깨끗하고 고르게 재단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해지고, 찢기고, 색이 바랜다. 사람들은 그때마다 새로운 옷을 찾으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옷을 새로 사는 일이 아니라 다시 꿰매는 일, 즉 ‘수선(修繕)’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짜인 인생은 없다. 누구에게나 실수와 후회, 관계의 상처, 시간의 낡음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을 버리듯 새로 시작하려 하기보다, 그 틈을 메우고 다시 이어가는 용기가 진짜 성숙이다. 수선은 완벽함을 되찾는 행위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낡은 옷의 바느질 자국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견뎌낸 시간의 흔적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상처와 고비는 우리가 살아온 증거이며, 그 흔적이 모여 인생의 무늬를 만든다. 새것의 반듯함보다 수선의 흔적 속에 더 깊은 아름다움이 깃드는 이유다.인생은 결국 ‘수선의 예술’이다. 찢어진 마음을 꿰매고, 무너진 관계를 다시 잇고, 흐려진 꿈의 색을 덧칠하며 우리는 조금씩 완성이 아닌 ‘지속’을 배운다. 그리하여 진정한 인생의 품격은 새로움이 아니라, 다시 이어가는 손끝의 진심에서 비롯된다.   조명숙 대표는 공연을 마친 뒤 “이번 공연은 예술을 통해 삶의 조각들을 다시 이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관객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인생을 수선하며 따뜻한 위로를 얻길 바랐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종편집: 2026-06-22 05: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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