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11월 10일, 이탈리아 로마. 고요한 겨울 초입의 공기 속에서 한 아이가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렸다. 훗날 그는 영화음악의 역사를 새로 쓸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였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악보보다 먼저 리듬을 배웠고,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전통적인 교향곡의 틀에 머물지 않았다. 바람이 스치는 사막의 적막함, 피 묻은 서부의 외침, 침묵 속의 긴장감—그는 이를 악기로 표현했다.19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영화사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갱들》 등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3부작에서 모리코네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음악이 영화를 이끈다’는 새로운 공식을 세웠다. 하모니카, 휘파람, 전자기타, 심지어 총성까지—그의 손에선 모두 하나의 악보였다.이후 《미션(The Mission)》,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등 수많은 명작에서 그의 음악은 스크린을 넘어 인간의 기억 속에 새겨졌다. 특히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며, ‘가장 아름다운 영화음악’으로 손꼽힌다.모리코네는 평생 500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고, 2016년 《헤이트풀 에이트》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며 영화음악사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겸손했다. “나는 단지 영화 속 감정의 그림자를 그렸을 뿐이다.”1928년 11월 10일, 로마의 하늘 아래 태어난 한 소년의 멜로디는 세기를 건너 오늘도 흐르고 있다.그의 음악은 스크린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속 ‘영화’를 여전히 재생시키고 있다.    
최종편집: 2026-06-22 05: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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