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45회 김천중앙고등학교 부설방송통신고등학교 입학식장은 조금 특별한 풍경으로 채워졌다. 청년들과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나란히 신입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날의 입학식은 이미 하나의 이야기였고, 한 편의 감동적인 삶의 기록이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 두었던 ‘배움’이라는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동안 김천희망학교에서 초·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과 동시에 고등학교 문턱을 넘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시간 위에 다시 시작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입학식장에는 지난 1일 새로 부임한 서경 교장의 따뜻한 축하와 담임 교사들의 격려,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이 함께했다. 그 속에서 신입생으로 자리한 어르신들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장면처럼 입학식장을 물들였다.
이날의 입학식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늦깎이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생의 굴곡을 지나온 어르신들과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이 같은 교실에서 같은 책을 펼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륜이 담긴 삶의 이야기와 혈기 왕성한 젊음의 에너지가 한 교실에서 만난다. 지혜와 열정이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서경 교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용기 있게 배움의 문을 두드린 젊은 학생들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이 자리에 모였지만 ‘배움의 열정’만큼은 모두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은 그 용기를 존경합니다. 학교는 여러분들의 든든한 비계(Scaffolding)가 되어줄 것이며, 이곳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입학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는 올해 아흔넷의 신입생이었다.대한민국 고등학교 과정 최고령 입학생으로 기록될 송건호 어르신이다.정정한 모습으로 청년들과 함께한 그는 주눅 든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교실을 향해 들어서는 발걸음에는 배움에 대한 설렘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평생의 세월을 지나 다시 책을 펼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언제 배움을 포기했는가.”
어쩌면 배움은 학교의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라는 말이 있다.이날 입학식장에서 가장 젊은 사람은 어쩌면 아흔넷의 신입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눈빛 속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설렘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대가 다른 학생들이 함께 앉아 같은 교과서를 펼치는 교실. 그 교실에서 우리는 시험 점수보다 더 값진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포기하지 않는 삶의 용기, 그리고 배움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힘일 것이다.